방천시장 이용법
눈을 떴어요. 시계를 봐요. 9시예요. 이런 우라질레이션. 구직에 지쳐있지만 늦잠도 자질 않아요.
구직사이트를 봐요. 적당한 일자리가 없어요.
갑자기 어제 교보문고에서 가져온 구인구직 신문 ‘파인드잡’이 생갔났어요.
이런 제길 다른 신문이예요. 방천시장이라 적힌 신문인데 뭔지 잘 모르겠어요.
기왕 이렇게 된거 오늘은 같은 처지의 친구를 불러 바람이나 쇠어야 겠어요.
아까 봤던 신문을 다시 찬찬히 살펴봐요.
관심이 가요. 재미 있을 것 같아요. 여길 가봐야겠어요.
인터넷으로 위치를 확인해요. 지하철 2호선 경대병원역이예요.
다행이예요. 혹시나 헛탕을 치면 시내로 바로 옮길 수 있어요.
친구에게 전화를 해요. 혹시 모르니 어딜 가는지는 이야기 안해요.
시장이라면 가지 않으려 할 줄 몰라요.
11시. 경대병원역에서 3번 출구로 올라가요.
시장으로 가는 길에 바닥에 낙서가 있어요.
자세히 봐요. 시장으로 오라는 만화예요. 풋. 따라가봐요.
방천시장에 도착했어요. 어머. 남친이랑 자주 가던 VIPS 뒤였어요.
여기에 시장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시장이 손바닥만해요. 몇걸음이면 다 돌아 볼 것 같아요. 갑자기 후회가 되요.
그래도 이왕 온거 둘러는 보기로 해요.
시장 중간에 만화로 된 안내도가 보여요.
소개하는 곳이 11곳인거 같아요.
먼저 만화가가 있는 골목으로 가요. 작가분이 우리가 이쁘다면 캐리커쳐를 해줬어요.
몇일전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죽지않았다며 보란듯이 보여주고 싶지만 참아요.
바로 옆이예요. 이쁜 언니가 맞아줘요.
오피스 갤러리래요. 이쁜 방석, 밥상보 같은게 전시돼 있어요. 규방공예래요.
기념사진을 찍어요. 혹시 괜히 들고와 무겁지나 않을까 했던 디카를 참 잘했다 생각해요.
골목을 돌아 또 한 곳이 보여요. 생강공작소래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많아요. 이뻐요.
재활용품을 이용한 소품들이래요. 멋져보여요.
5000원이면 초상화를 그려준대요. 이쁘게 그려달라고 애교를 부려요.
금방 끝나요. 이쁘진 않아요. 그래도 특징이 살아 있다고 친구가 위로해줘요.
동전지갑 하나를 샀어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소품이예요.
뿌듯한 마음으로 문을 나서는데 이 것도 걸은 거라고 배가 고파와요.
집에서 빈둥대는 모습에 엄마의 용돈이 끊긴지 한참이나 되었어요.
서러워서 배가 더욱 요동쳐 와요.
그래도 혹시나 아주 싸게 허기진 배를 채워줄 양식을 어슬렁 찾아봐요.
김밥집이 보여요. 가격을 물어봐요. 한줄에 천원이래요.
아싸라비아. 3000원이면 친구랑 점심을 해결하겠어요.
김밥 한개를 입에 넣어요.
짠~ 심봤어요. 지금껏 먹었던 김밥의 대표 장소인 나라, 천국, 매니아 등과는 비교가 안되요.
오뎅국물까지 서비스예요. 국물맛에 반해 오뎅도 집어 먹었어요.
오뎅때문에 1000원을 더 썼지만 전혀 아깝지 않아요.
배가 부르니 행복해졌어요. 밥을 먹었으니 후식이 필요해요.
없는 살림이지만 후식을 먹어주는건 여자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이예요.
마침 앞에 까페가 있어요. 라깡띤이래요.
들어가니 오래된 건물인듯 하지만 나름 느낌 있어요.
커피를 시켜요. 올래~ 직접 내려줘요.
가격도 2잔에 5000원이래요.
마음껏 쉬다가 가야겠어요. 배도 부르고 친구까지 만나닌 헤어진 남자친구가 다시 생각나요.
마구 씹어줘요. 주인아저씨도 같이 씹어줘요. 기분이 좋아졌어요.
슬슬 시장이 재미 있어져요.
다시 시장을 둘러봐요.
앗 깜짝이야. 멀리서 폭발음이 들려요. 강정을 만들고 있어요.
티비에서만 보던게 시장에 있어요 신기해요.
시식을 해봐요. 어쩔 수 없어요. 한봉지 사서 옆구리에 끼워 넣어요.
발걸음이 즐거워 졌어요.
다시 돌아다니다 보니 무서운 아저씨 사진이 보여요.
피어싱이 무서워 보여요. 2층이예요. 들어가봐요.
녹음실 같아요. 방문 기념으로 방명록을 남기래요.
이쁘게 방명록을 써야지 생각해요.
목소리로 남기래요. 녹음실로 들어가봐요. 온 사방이 계란판이예요.
시장과 잘 어울려요. 낭랑한 목소리로 최대한 톤을 높이고 표준어에 가까운 억양으로
반가운 인사를 해줘요.
방천시장 음반을 만들면 내 목소리도 나온대요.
나의 초호화 매머드급 애교로 공짜로 얻어야 겠어요.
VIPS 뒤에 자연사랑 연구소라고 있어요.
이왕 여기 온김에 다 들어가 보기로 해요.
아크릴 수세미 만들기를 한대요.
손재주 없기로 소문난 나지만 재미있어요.
친구랑 다 만들고는 신이 났어요. 엄마 갖다주면 좋아할 상상을 하니 므흣해져요.
행복사진관이예요.
작품사진을 감상해요. 사진에 대해 잘 모르지만 좋은거 같아요.
뚝딱뚝딱 소리가 나요. 별따 공방이예요.
철사로 무엇을 뚝딱 만들어 줬어요. 새모양의 메모 꽂이예요.
공짜로 얻었어요.
이미 내 발은 지면을 벗어난지 오래예요.
기분이 많이 좋아졌어요.
조금 떨어진 곳에 B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간판이 보여요.
들어가봐요. 뚱뚱한 비너스가 여기저기 매달려 있어요.
나도 저 시대에 태어났으면 세상을 쥐고 흔들 미녀였을꺼라 생각해요.
시대를 잘 못 타고났다고 스스로 위로 해봐요.
해가 기웃기웃 넘어가요.
알콜이 생각나요.
시장안을 살펴봐요. 아까 봐뒀던 찌짐집이 생각나요.
찌짐에는 막걸리가 최고예요.
앗! 엄마가 좋아하는 곰국이예요.
정육점에서 곰국도 팔아요.
빈털털이지만 앞으로 집에서 조금 편안한 삶을 위해 주머니를 털어 곰국 한병을 샀어요.
물건을 사니 응모쿠폰을 줘요.
문전성시 사무국에 가서 도장을 찍어 달라하래요. 아까 샀던 강정이랑 2개 도장을 받아요.
찌짐집에 들어가요. 오래된 집 같아서 맛이 더 기대되요.
서프라이즈. 맛이 환상이예요. 이런 빈대떡은 처음 맛봐요.
요즘 와인보다 더 유행이라는 막걸리를 맛봐요.
예전에 언니들이 막걸리를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는 이야기가 지들끼리 맛난거 먹겠다는 횡포라고 느껴져요.
배부르게 먹었어요. 기분도 알딸딸해졌어요.
오늘은 친구에게 빌붙어야 겠어요. 은근히 미안해져요.
계산을 해요. 앗싸~ 만원도 안나왔어요. 이정도면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더 늦기 전에 돌아가야 겠어요. 늦게 들어가면 엄마의 바가지가 이만저만이 아니예요.
피곤해서 집에 왔어요. 괜히 웃음이 나요.
기대없이 찾아간 방천시장에서 재미있게 놀다가 왔어요.
관심이 가요. 혹시나 덜 보고 있나 싶어 검색을 해봐요.
방천시장 홈페이지가 있어요. 들어가봐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아요. 나도 오늘 이야기를 블로그를 만들어 올려봐요.
또 가고 싶어져요.
다음에는 엄마랑 같이가서 시장에서 봐뒀던 내가 좋아하는 생선이랑 반찬도 사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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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천 시장이 특별할 수 있는 건 골목길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처음으로 내가 삼덕동 일대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외국인 친구를 통해 알게 된 머머리섬 축제 때문이었다. 물론 삼덕동과 멀지 않은 동인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라고 봐도 되겠다. 그래서 대구 토박이도 몰랐지만, 외국인은 아는 머머리섬 축제 @ 2009/05/02라는 글을 적었고, 그 글의 "부제: 제4회 삼덕동인형마임축제 머머리섬 2009 소개/대구는 숲 대신 아파트 단지를 키운다."를 본다면 짐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삼덕동 일대가 특별한..

오옷...눈에 입에 뇌에 짝짝 붙는 글 맛. 방천시장 홍보용으로 딱이네..누가 씃나...국장인가 간사인가..
암튼 지대 재미나게 묘사한 방천시장 문전성시...좀만 더 다듬어서 방천신문에 실으면 딱이겠네..
잼남..!!